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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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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장된 언어' by 김훈



한겨레 신문에서 김훈과 홍세화의 대담 기사를 자세히 게재하고 있더군요 (오늘 다시 찾아보니 어디로 옮겨졌는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ㅠ.ㅠ). 김훈이라는 사람 처음 본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썼다는 책 제목을 보니 들어본 적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이라는 책을 썼더구만요. 홍세화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로 유명한 사람이었지만 직접 얘기하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대담 장면을 동영상 클립으로 한 열 개 정도 올렸던데 모두 보려니 시간이 꽤 걸리더군요. 방학이 되니 이런 여유가 생기네요.

그나저나 두 양반 다 담배를 엄청 펴대는 통에 모처럼 다시 마음잡고 이제 열흘 넘긴 금연 시도자의 입장에서 많이 괴로웠습니다. 우리나라의 사회 지도층 혹은 여론 주도계층의 사람들이 먼저 금연에 솔선수범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시대를 고민하는 것은 고민하는 것이고 담배를 끊는 것은 끊는 것입니다. 저 같이 갈대처럼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은 유명한 사람들이, 더 정확하게 말하면 똑똑하신 양반들이, 담배피는 것을 보면 따라합니다. ㅠ.ㅠ"

담배에 관한 생각 말고, 제가 느낀 것은... 암튼간에 두 사람 모두 대단한 내공을 지닌 사람들이었으며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나 사회현상에 평가가 참으로 예리하여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홍세화씨의 견해는 성숙된 맛이 있었고, 고민의 깊이가 느껴졌습니다만 저는 솔직히 김훈씨의 걸죽하고 투박한 언어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 제 기분내키는 대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김훈씨가 평가하는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은 아주 맘에 든 것이었습니다.

그에 의하면, 한국사회는 '무장된 언어로 인한 소통의 실패'로  규정될 수 있다고 합니다. 각자 자기방어를 위하여, 혹은 상대를 공격하기 위하여 단단한 논리로 무장하고 있으며 그 상황에서 말을 하니 각자 얘기만 반복할 뿐 서로간 진정한 '소통'은 없다는 것이죠. 그리하여, 말을 하면 할 수록 '단절'이 완성되어간다는 평가인 것입니다. 이는 실로 정확하며 예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장된 언어'라...호! 또한 그는 우리는 끊임 없이 '지배-복종'의 관계를 머릿 속으로 상정하며, 깔끔하게 '우월-열등'을 구분할 수 있기를 원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관념을 개인 수준에서가 아닌 집단의 수준으로 확장한다는 것이죠. 제가 사족을 붙이자면...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는 '대결'의 정서가 팽배하게 되어 있으며 그 대결은 winner takes all 구조에 의해 판정된다. 따라서 사람들의 사고 구조는 기본적으로 all or nothing에 근거하게 되어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나누는 대화를 되돌아 보더라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멘탈리티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나누는 많은 경우의 대화는 어떤 집단을 매개로 이루어집니다. 자신이 속하는 집단과 그 집단에 비해 우월하다고 생각되는 집단이거나,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집단을 두고 우리는 보통 얘기를 하죠. 우리의 대화는 질투가 주제입니다. 질투를 하거나 질투 당하고 있음을 노여워하거나 혹은 즐기거나 그렇습니다. 따라서 대화의 대상이 되는 집단끼리는 자연스런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깔끔하게 '지배-복종, 우월-열등'의 관계가 정리되면 군림하거나 굴복하고, 깔끔하게 관계가 정리되지 않을 때 '전쟁'은 시작되죠. 아주 혼란스러워집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우리는 내부에 monster를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푸코 M. Foucault는 이를 두고 '우리 안의 파시즘 Fascism'이라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정치학 교과서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상기시키며 시작합니다. 실제도 우리의 삶은 모든 사람에 대한 모든 사람의 투쟁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한국 사회는 정도가 심합니다. 사회 전체가 한 인간의 삶에 투영되는 것이라고 할때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말과 생각과 행동안에 monster적 요소가 없는지, 파시스트적 요소는 없는지 두렵군요.

이제 그만 할때가 된거 아닐까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자살률이 제일 높은 나라 중의 하나입니다. 40여분 마다 한 사람씩 자살하는 나라입니다. 이혼율도 수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일 수 있습니다만 저는 이 자살률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 기저에 흐르는 멘탈리티가 파괴적이라는 얘기입니다.

김훈씨에 의하면 5천년 동안 노력해온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을 드디어 지난 세대에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이 이렇게 처절한 댓가를 요구하는 것이었는지 우리는 목도하고 있습니다. 김훈씨가 말하는 처절한 댓가란 사회기저에 뿌리 박힌, 도저히 단기간에 해결될 가망이 없어 보이는, 부패구조와 뒤틀림의 요소를 강조했습니다만 저는 '대결,' '올인'의 멘탈리티도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정말 무서운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수연맘
저는 올해 8살 딸아이를 둔 주부입니다. 주부들 사이의 격없는 대화에서도 그런 논리들이 느껴지곤 합니다. 팽패한 대결의식.... 단일 민족 국가이고 자원이 부족한 나라 많은 인구 높은 교육열...무엇보다 긍정적인 사고와 남에대한 관심과 배려가 중요하겠지요....   2007/05/31

리냐
*수연맘님, 그러게 말예요. 그냥 잠시 스치며 안부 묻는 순간에도 문득문득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지요. 참...세상살이가 쉽지 않네요...ㅠ.ㅠ
*Boo님, 절대공감... 나는 요즘, 우리집 하얀 대문과 그 사이로 보이는 집 앞 초록 잔디, 그 위의 하얀 의자에 앉아 아침나절 잠시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네...음...내 안을 들여다보는 느낌...뭐 그런...(웬 딴소리??ㅋㅋ)
   2007/05/31

포트럭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 하고, 모르면 질문 하고, 다시 이해 하고 그러면 될 것을..
일단, 들어 보고, 이해 안되면 찔러 보고,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해 댔으니 그만큼 당해야 하고..
모두들 가시 돋힌 상자 안에 살고 있는거 같더라구요.
간만에 친구들 하고 이야기 하고 '아. 진쫘, 이 사람들 왜 이런겨' 하게 되더라는..
덕분에 저는 '몇년 외국 살더니 바보되따' 라는 소리도 들었어요. -_-;;;
   2007/06/01

Boo
포트럭님, 가시 돋힌 상자...그거 참 적절하면서도 슬픈 metaphor네요.
수연맘님, 맞습니다. 주부님들의 대화...그거 참으로 '정치적'이죠.
리냐는 딴소리 하지 말고...
   2007/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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