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밤이면 밤마다...
내일 아침 입을 옷을 미리 코디해 놓고 주무시는,
깜찍하고 기특한 울집 아가씨들.
머리핀, 머리끈, 머리띠, 양말에 가방에 소품은 물론이거니와
저 겉옷들을 들춰 보면 속옷까지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지요.
매일밤 잠들기 직전,
옷장 문 열고 둘이 나란히 서서 심혈을 기울여 입을 옷을 고른 후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스타일링(^^) 하면서 재잘재잘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아마도 묶으면 한 권 책이 되고도 남을 거예요.ㅎㅎ
2.
울집 꼬마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자기가 입을 옷은 스스로 고르도록 훈련(?) 받아 왔거든요.
엄마로서 나름 정해 놓은 몇 가지 육아 원칙 중 하나였고,
이 별거 아닌 일을 지속해 온 데는, 우습지만 나름의 심오한 철학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말하자면...
"유치원생, 초등학생이 되어서 아이가
자신이 입을 옷을 결정하지 못하고 엄마가 골라주는 옷만 '예~쁘게' 차려 입어야 한다면,
그런 사소한 일 하나 스스로 정하지 못하고 엄마에게 의지하게 된다면
이담에 자라서 더 크고 중요한 일들을 어떻게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겠는가.
엄마의 입장에서도...
아이가 고른, 엄마 맘에 들지 않는 옷차림 하나 참아내고 인정해 주지 못하면서,
또, 옷차림을 결정하는 시간, 어수선함, 그 번거로움 따위조차 참아내고 기다려주지 못하면서,
앞으로 수십 년, 아이가 성장해가는 동안 부딪쳐야 할 수많은 갈등의 상황에서
어떻게 내 고집을 버리고, 아이의 입장과 선택을 존중하고 조언하고 격려해 줄 수 있겠는가."
...라는 어마어마한 철학이 바로 그것이지요!!ㅋㅋㅋ
3.
이 원칙 땜에 지난 10년간 정말 애 많~~이 썼습니다.
일단, 애들 옷장 속 옷들은 완전히 아이들 키에 맞춰 배치하고,
아이들 눈에 모든 옷이 한 눈에 들어와야 하니까, 서랍은 안 쓰고 책장처럼 생긴 선반에 개어놓고..
이름표 써붙여 종류별로 소유주(ㅋㅋ) 별로 정리해 놓고...
유치원과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옷을 결정하기 위해
다음날 날씨와 온도를 체크하느라 일기예보도 아빠랑 미리 살펴보고...
쌩뚱맞게 골라 입은 옷차림도 이쁘다 해줘야 하고...
은근히 번거롭고 일이 제법 많아요... 끄응~^^;;
4.
하지만, 이제 습관이 되고 나니
일하고 공부하는 엄마로선 얼마나 가뿐한지 몰라요. 아침시간도 절약되고.
자기가 고른 옷으로 멋(?)내고 가니 지들도 기분 좋고.
날씨랑 안 맞게 괜시리 멋내고 나갔다 고생한 날은 알아서들 정신차려 담날 새롭게 계획을 하기도 하고.
수년을 이렇게 단련(?)되다 보니, 이젠 제법 코디할 때
옷감의 색상 뿐 아니라 질감의 조화까지도 고려하는 안목이 생긴 것 같아요.^^
다음날 시간표나 하루 스케쥴까지도 미리 훑어보며
계획하고 준비하는 주도적인 생활습관도 생기고....
(흠...오버쟁이 메이아짐...
이렇게 써내려가다간 이거 점점 거창해져가지고서리...남북통일에 G20까지 가겠군요...ㅋㅋㅋ
자...그럼, 이쯤에서 그만...호호호~~~^^;;)
암튼... 얼마나 귀엽다고요!!ㅎㅎㅎ
* Ma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11-14 1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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