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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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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륙횡단기] #2. Are we there yet?



7.7.토.


“아직도 멀었어요?(Are we there yet?)”

아이들 목소리에 부시시 눈을 떠 정신을 추스리고 보니 Rest Area. 새벽 출발 후 처음 서는 휴게소다. 아마도 집 나선 지 두어 시간쯤 지났나 보다.  

어제(7/6)는 밤을 꼬박 새웠다. 길고 긴 여름 방학이 시작되자 마자 뉴욕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고, 바쁜 학기 중에 미뤄두었던 손님 초대를 몇 차례 했으며, 멀리 다른 주에 사는 지인들의 방문을 받기도 했다. 거기에 시간을 두고 처리해야 할 집안 일들이 몇 가지 더 있었고 모든 일을 다 마치고 나니 정작 길고 긴 횡단 여행 준비를 제대로 못 한 것이다.

떠나기 전날 뒤늦게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밤을 새워버렸다. Boo가 주로 운전을 하게 될 테니 나는 차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도 했고,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 신경 쓰이는 일이 한둘이 아니었던 탓이기도 했다. 허둥지둥 일상에 치여 정신과 육체의 에너지가 소진된 느낌이다. 이번 여행이 새로운 의욕을 채워오는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


# 웨스트 버지니아를 지나며...

오늘은 우리 사는 버지니아를 출발해 웨스트 버지니아, 켄터키, 인디애나, 일리노이 주를 지나 미주리 주까지 달려 세인트 루이스에 도착할 예정이다. 지금은 켄터키 주의 어디쯤 휴게소. 웨스트 버지니아를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듯 하다.

웨스트 버지니아라면 밤 운전은 정말 사양하고 싶다. 전에 캐나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밤을 꼬박 새워 12시간을 Boo랑 둘이 번갈아 운전을 하며 달린 적이 있는데 그 스산했던 느낌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칠흑같은 한밤, 고속도로라고는 하지만 굴곡이 매우 심한 깊은 숲 속 도로, 길인지 아닌지 분간하기도 어려운 데다 앞 뒤로 차는 한 대도 보이지 않으니 순간순간 등이 오싹할 지경. 설상가상으로 안개는 어찌나 두텁고 짙은 지 차를 향해 돌진해 오는 느낌인데 유리창이라도 뚫고 들어올 기세다. 게다가 서늘한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며 미동도 않고 서 있는 사슴을 세 번씩이나 만났는데 그 야릇한 분위기는 좀처럼 잊기 어렵다.

하지만 오늘처럼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는 아침 무렵에 달리기엔 더없이 싱그럽고 운치 있는 곳이 그곳이기도 하다. 깊고 깊은 숲 속에 꼬불꼬불 난 넓은 고속도로를 통째로 전세라도 낸 듯 함께 달리는 차 한 대 없이 내달리고 있자면 가슴 속까지 절로 시원해지곤 한다.


# 인디애나주 휴게소, 맛난 점심!~

아이들 간식을 챙겨 주는 둥 마는 둥 어찌된 일인지 다시 또 몽롱해지면서 스르르 잠이 들어 버렸다. 창 밖의 풍경들을 주워담을 겨를도 없이 눈 뜨고 보니 또다시 다음 휴게소. 어느새 인디애나 주 웰컴 센터다. 아무래도 어젯밤을 꼬박 새운 건 무리였나 보다. 오전 내내 몇 개 주를  넘으며 운전해 온 Boo한테 미안한 느낌이 든다. 관광버스 운전기사도 아니고 잠든 가족 싣고 허허벌판을 혼자 달리려면 지루하다 못해 깜빡 졸음이 밀려오기까지 할 텐데 아무래도 이쯤에서 자리를 바꿔 운전대를 잡아야겠다.



미국을 자동차로 여행하다 보면 제일 아쉬운 것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우동이다. 점심으로 국물 맛 시원한 우동 한 그릇 먹고 자판기 커피 한 잔 빼 마시면 정신도 바짝 나고, 어딘가로 떠나고 있다는 설렘이 좀더 확실하게 들 터인데 말이다. 우동은 커녕 햄버거 하나 없는 그야말로 ‘쉼터’만 제공하는 미국의 휴게소에서 무얼 바라랴.

준비해 온 김밥과 과일을 펼쳐 놓으니 그런대로 쓸 만 하다. 회색빛 서울에선 이렇게 바구니 들고 소풍 나오는 것만도 큰맘 먹어야 할 수 있는 일이었고, 게다가 진한 초록 잔디 위에 마구 자리 펴고 앉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으니. ‘고속도로 휴게소 우동’의 미련은 버리고 지금 즐길 수 있는 것들에 감사하는 수 밖에.

웰컴 센터 안내원에게 물어 보니 30마일 앞에서 시간 경계선을 지나게 된단다. 1시간을 벌게 되는 셈이다.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하다 보면 세 번의 시간 경계선을 만나게 된다. 때마다 1시간씩 시간을 벌면서 이동하는 셈이라 낯선 도시로 향하는 마음 한구석이 그래도 여유롭다. 반대로 돌아올 땐 1시간씩 잃어버리며 이동하게 되니 너무 늦지 않게 도착해야 한다는 조급증과 불안감이  들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린이랑 소야는 늘 그렇듯 휴게소에 비치된 각종 안내 책자를 잔뜩 꾸려 나온다. 알록달록 사진들이 실려 있는 작은 가이드북들은 심심한 차 안에서 얼마간은 좋은 놀이 도구가 되어 줄 것이다. 뒤에 앉아 둘이서 지도를 들여다보며, 사진들을 들척이며 재잘거리는 목소리는 앞 자리의 엄마 아빠에게도 여행의 흥을 더해 주곤 한다.

Boo가 잠시 눈을 붙이는 동안 운전을 교대했다. 끝없는 옥수수 밭 사이를 가르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시원하고 자유롭다. 곳곳에 멋진 풍경들이 펼쳐지곤 했지만 사진은 아쉽게도 포기해야 했다. 운전대를 잡고 느끼는 자유와 사진기에 담고 싶은 욕심. 둘 중 하나는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법.


# 온종일 달려 마침내 도착!

어느덧 안내 표지판에 세인트 루이스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펼쳐지던 들판과 옥수수밭도 끝나가고, 도로의 차선이 하나 둘 늘고 그 위로 차들도 조금씩 많아지고 이제는 도시로 진입했다. 아하! 그러고 보니 저 멀리 빌딩들 위에 걸쳐진 게이트 웨이 아치가 살짝 보인다.

“언니! 저기 봐봐! 저거 보여?”
“어디?”
“저~~~기! 저기 보이지?”
“아! 저거, 머리띠처럼 생긴 거?”

서부 개척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미국 내 조형물들 중 가장 높다는 게이트웨이 아치가 단숨에 ‘머리띠’로 정의되어버리는 순간. 흠…그러고 보니 딱 어울리는 표현인 것도 같다. 다섯 살, 여덟 살 딸아이들 눈에만이 아니라 내 눈에도 저건 영락없는 머리띠네. 온종일 11시간을 달려 다다른 곳, 세인트 루이스. 그 곳에서 처음 만난 건 다름 아닌 커다란 머.리.띠.







* 리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1-04-18 00:22)


유현실
지금 즐기수 있는것에 감사한다는..말...맘이 따뜻해지네여..    2008/01/12

유인성
::: 와우~ 제가 마치 같이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생생한 여행기...언니의 글발은 정말 타고난 것임에 틀림없어요! 앞으로도 생생한 여행기 부탁해요~^^   2008/01/12

리냐
유현실님, 유인성님~^^ 고맙습니다! 길고 지루한 글 읽고 격려까지 해 주시니 땡큐여요!^^    2008/01/13

iris
리냐님의 맛깔스러운 설명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    2008/01/15

iris
저 머리띠는 지난 번에 사진 올려주셨었지요?    2008/01/15

리냐
넵! 그때 그 사진 맞아요. 진짜 딱 머리띠죠?ㅋㅋ    2008/01/15

Annika
저도 함께 여행하는것 같은 멋진 글~ ^^ 제 사촌동생이 세인트 루이스에서 대학을 다녀서 사진 제법 봤었는데, 머리띠라니.. 정말 딱 들어맞는 표현이에요.ㅋ   2008/01/17

리냐
ㅎㅎ머리띠 볼때마다 생각난다는...ㅋㅋ    200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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