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day Xmas!

 

♡ Blog ♡    about Travel Kids Mama Papa Living USA Kids USA Cook Book Board ㅣㅣㅣㅣㅣㅣ  

 

 

 

 


0
 114   6   1
  View Articles

Name  
   리냐 
Subject  
   [대륙횡단기] #1 점찍고 선긋기~^^



# 달려볼까?


미국 날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막연하게 품고 있던 '대륙 횡단'. 그 동안 방학마다 힘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여기저기 여행이라고 다니고 있었지만 횡단 결정은 쉽지 않았다. 오랜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야 하고, 걸어야 할 거리도 만만치 않으므로 아직 어린 딸들이 좀더 자라길 기다려야 했다. 게다가 날짜와 여행 경비, 무엇보다 훌쩍 떠날 만큼 충분한 마음의 여유나 간절함이 있어야 했다.

미국 생활 2년 11개월째인 이 여름, 남편의 컨퍼런스가 콜로라도 덴버에서 계획되었다. 덴버라면, 지금 우리가 사는 미국 동부 버지니아 주에서부터 꼬박 사흘을 운전해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이 참에 다같이 콜로라도로 달려 볼까? 애들도 그 동안 많이 단련됐겠다, 한여름 대평원을 가로질러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그래? 그렇담 가는 김에 여긴 어때? 그냥 되돌아오긴 좀 서운하잖아."
"에잇, 거기까지 갔는데 조금 더 달려보지 뭐."


# 점찍고 선긋기!





커다란 지도 위에 배 깔고 엎드려 머리 맞댄 고민 한나절. 그 동안 가 본 곳 빼고, 보고 싶은 곳 점 찍어 본 후, 가능한 시간과 동선 따위를 고려해 하나 둘 연결해 가며 MS맵으로 매일매일 달리게 될 거리와 주행 예상 시간 확인해 적어가며, 낙점된 도시는 인터넷으로 바로 호텔을 예약한다.

호텔 예약도 간단치 않다. 가격과 품질과 동선을 고려해 몇 개의 호텔을 골라 먼저 묵었던 사람들의 평을 읽어 본 후, 적당한 선에서 배팅을 하고 몇 초를 두근두근 기다리면 오케이 사인이 나오기도 하지만, 한번에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하필이면 최고의 성수기다. 휴가를 계획한 모든 미국인들의 동선이 우리랑 똑같은 건지, 점 찍는 곳마다 방도 꽉 차고, 그나마 평소의 2-3배나 비싸기까지 하다. 이러다 며칠 걸려 겨우겨우 달려간 미국땅 한복판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갇혀’ 있거나, 되돌아 오는 데만 어마어마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건 아닌 지, 겁 많고 소심하고 지갑 얇은 아줌마는 걱정부터 앞선다.

“아이고,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안 되면 어디 월맛(Wal Mart) 주차장에 세워놓고 차 안에서라도 자는 거지, 뭐.”

어렵사리 덴버까지는 예약을 마쳤다. 전체 여행기간의 1/3은 잘 곳이 정해졌다는 이야기다. 이제 콜로라도 덴버까지는 아무 생각 않고 그냥 달리면 그만이다. 그리고 나서 옐로 스톤이 있는 북쪽으로 올라갈 지, 산타페가 있는 남쪽으로 내려갈 지, 라스베가스가 있는 남서쪽으로 좀더 달려가 볼 지는 그 곳에서 정하기로 했다.


# 여행, 결국은 돌아오는 길...


결국 우여곡절 끝에 서부 끝까지 달려 캘리포니아 산타 모니카 해변까지 갔다 돌아왔는데, 기나긴 횡단 여행을 마친 후에도 우리집 막내딸은 ‘콜로라도에 갔었다’고만 이야기 한다. 집 나서던 순간까지 정해진 곳은 콜로라도 뿐이었으니 이 꼬마 아가씨는 콜로라도까지 갔다가 나머지는 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곳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엄마 아빠가 아득바득 거창한 의미를 갖다 붙이며 숙제 끝내듯 마침내 해 낸 ‘횡단’이 다섯 살 꼬마 앞에서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세상 어디를 간다 해도 이 꼬마에게는 한결같이 다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일 뿐인 셈이다. 거참, 나름대로 꽤 철학적이군. 결국은 돌아오는 것. 원래 있던 그 자리로 그렇게 돌아오는 것. 그것이 다름 아닌 여행.


# 찍고 달린 동선


여행은 대강 이랬다.

우리 사는 버지니아 주 블랙스버그를 꼭두새벽에 출발해 온종일 달린다. 웨스트 버지니아, 캔터키, 인디애나, 일리노이 주를 거쳐서 미주리 주의 세인트 루이스에서 하룻밤. 세인트 루이스를 ‘서부로 가는 관문’이라고 한다니 서부로의 횡단 여행 첫날밤을 이곳에서 지낸다는 건 우리로선 참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캔사스 주의 주도,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토피카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 드넓은 중부 대평원을 하루 종일 달려 최초의 목적지였던 콜로라도 덴버에 다다른다. 아름다운 콜로라도 주의 덴버에서는 닷새나 푸욱 머무르게 되는 바람에, 덴버는 물론 근교의 록키, 불더, 포트 콜린스, 콜로라도 스프링스까지 시시콜콜 다 둘러볼 수 있었다.

인상적인 풍광에 눈을 뗄 수 없었던 텁텁한 느낌의 뉴멕시코 주를 마냥 달려 내려와 산타페에서 또 다른 하룻밤. 생각보다 훨씬 작은 ‘관광지’였던 산타페를 뒤로 하고, 그 유명한 루트 66을 달려 아리조나 주로 들어간다. ‘아!’ 소리가 절로 나오는 멋드러진 아리조나 주의 플래그 스태프에 머물며 세도나와 그랜드 캐년을 둘러 보는데 여행 내내 하도 광활한 자연과 맞닥뜨리다 보니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그랜드 캐년의 감동이 오히려 희미할 정도였다.

뜨거운 사막 한 복판의 현란한 도시 라스베가스에서 두 밤을 자며 호텔 구경 원 없이 하고, 더 뜨거운 사막을 가르며 캘리포니아 LA로 달린다. 서울 같은 느낌의 LA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3년 만에 마주치는 태평양은 작은 감동이었다. 바다 건너 저 편에 그리운 것 모두를 남겨두고 이리로 떠나와 우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횡단’은 마침내 해냈고, 이젠 돌아갈 길만 남았다. 차만 두고 갈 수 있다면 비행기로 단숨에 날아가고 싶다. 돌아갈 길과 날들을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캘리포니아, 네바다, 아리조나 주를 다시 또 하염없이 달린다. 달리고 달려 올라간 유타 주의 솔트레이크 시티. 정성스레 안내하고 설명하는 몰몬 교도들을 머쓱하게 따라 다니며, '인간은 무얼 믿고 사는가', '믿는다는 건 대체 어떤 의미인가' 따위에 관한 생각에 잠시 잠겨 보기도 한다.

로키산맥을 넘어 높디 높은 와이오밍 주의 라라미에서 스산한 하룻밤, 네브레스카 주의 오마하에서 역시 또 하룻밤, 아이오와를 거쳐 일리노이 주의 시카고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며 긴 여행을 마무리한다. 시어즈 타워에 올라 내려다본 잊지 못할 붉은 일몰, 마지막 밤은 늘 아쉽기만 하다. 인디애나, 오하이오, 웨스트 버지니아를 거쳐 마침내 우리의 버지니아 주 블랙스버그까지 온종일 달려내려오니 밤 9시.

그렇게 17일간 7000마일을, 달려 갔다, 달려 왔다.



* 리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1-04-18 00:22)


iris
리냐님, 시작하셨군요, 사무실에서 몰래 인터넷 하느라 자세히 못 읽었지만, 시작하심에 큰 박수를... 짝짝짝...    2008/01/14

리냐
iris님 땡큐땡큐!!!^^ 계속 응원해 주세요~~~~^^    2008/01/15

iris
헉헉... 읽는 것 만으로도 숨차네요. 리냐님이 선뜻 용기를 낼 수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홧띵!    2008/01/15

Annika
어쩜 글을 이렇게 잘 쓰시는지요! :) 같은 기분에 젖어들게 하는 리냐님 글 최고! 사진도 사진이지만 리냐님 글도 늘 기다려집니당^^   2008/01/17

리냐
저 글 못 쓰는게 컴플렉스인데 Annika님 때문에 용기백배!!!^^    2008/01/17


no
subject
name
date
hit
*
114
  [대륙횡단기] #4. 겨우 50년 전만 해도... [3]

리냐
2008/01/16 777 67
113
  [대륙횡단기] #3. 서부로 가는 관문 [3]

리냐
2008/01/13 629 108
112
  [대륙횡단기] #2. Are we there yet? [8]

리냐
2008/01/11 530 51

  [대륙횡단기] #1 점찍고 선긋기~^^ [5]

리냐
2008/01/10 497 66
110
  밀린 여행기...ㅠ.ㅠ [9]

리냐
2007/11/19 983 100
109
  Disney World~♡Christmas!! [15]

May
2009/12/04 17783 555
108
  대륙횡단 14 - RED!!*^^* [6]

May
2009/09/03 3966 535
107
  대륙횡단 13 - Colorado Springs, 신의 정원 [6]

May
2009/09/02 6014 556
106
  대륙횡단 12 - 덴버, 다운타운~ [2]

May
2009/09/01 2992 470
105
  대륙횡단 11 - Rocky에서 Fort Collins까지 [18]

May
2009/08/31 3850 456
104
  캘리포니아, 2008 여름 느낌 [5]

리냐
2009/06/11 2777 516
103
  세인트 어거스틴... [8]

리냐
2009/04/19 2609 452
102
  Knoxville [5]

리냐
2009/03/28 2441 430
101
  뉴올리언즈, 밤 11시.

May
2008/10/07 2427 430
100
  '08 대륙횡단 중간보고~ [7]

리냐
2008/07/24 4776 510
99
  워싱턴 D.C.마지막 편 - Jefferson Memorial [5]

리냐
2008/05/31 5201 613
98
  워싱턴 D.C.11 - White House & World War II Memorial [2]

리냐
2008/05/29 3926 614
97
  워싱턴 D.C.10 - Lincoln Memorial의 재발견!^^ [3]

리냐
2008/05/28 3479 564
96
  워싱턴 D.C. 9 - Foggy Bottom, DC에서 지하철 타기~ [5]

리냐
2008/05/28 3661 593
95
  워싱턴 D.C. 8 - Old downtown, DC에서 걷기!^^ [5]

리냐
2008/05/28 3592 567
1 [2][3][4][5][6]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Zetyx